홍콩 시청 건물의 서쪽 벽은 삼사층 높이로 말끔하게 솟아있어 도심 곳곳의 도로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많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탐내는 캔버스 중의 한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번도 “태그(tagged)”된 적 없던 홍콩시청 벽에 한 지방 아티스트가 처음으로 그래피티를 시도한다. 그가 바로 만리장성에도 그래피티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MC 얀(Yan)이다.
상쾌한 11월 밤, 얀은 홍콩 시청 외벽에 ‘황후부두(Queen's Pier)를 지키자‘(이미 없어진 장소를 지키자는 반어적 호소)라는 중국 글자를 그려 넣는다. 그는 스프레이가 아닌 강도 높은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하여 길 건너편의 주차장 건물 지붕 위에서 특별한 제지 없이 그래피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작업 후에는 랩탑 프로젝터에 연결되어있는 버튼을 클릭하여 그 글자들을 쉽게 지워냈다. 그리고서는 문화센터를 포함하여 도시의 다른 유명한 건물에 태그(tag)하기 위해 떠났다.
MC 얀이 사용한 방법이 바로 그래피티 연구위원회(Graffiti Research Lab: GRL)에서 고안해낸 L.A.S.E.R. Tag 방식이다. 그래피티 연구위원회(GRL)는 2005년 창립된 뉴욕의 예술 집단으로 세계의 거리 예술가들에게 혁신적이고 개방된 여러 가지 기술들을 제공하고 있다. 태그(Tag)는 멀리서도 작업이 가능하고, 그 파괴의 순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슬아슬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피티 행위자는 주요 공공 빌딩의 벽면에 메시지를 남기고는 당국기관이(경찰 등...) 어디서 레이저를 쏘는 것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떠나는 것이다. 보다 일상적인 측면에서, L.A.S.E.R. Tag는 건물의 외관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태그(Tag)는 기술지각세대를 위한 그래피티 방식이다. 로봇공학 분야에서 일하던 때부터 그래피티에 빠져있었던 그래피티 연구위원회(GRL) 공동 설립자 James Powderly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손가락이 컴퓨터에 매인 채로 태어난다.”, “우리는 스스로를 제임스 본드의 Q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Tag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 것을 예술의 한 형식으로서 깊숙이까지 전파하고자 한다.”
Powderly는 또 다른 공동설립자 Evan Roth와 함께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강의를 했고 지난 수년간 멕시코 시티,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과 비엔나에서 레이저 테크놀로지를 선보여 왔다. 지난달엔 대만의 한 뉴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모습을 내비쳤고 지역 그래피티 집단을 위해 LASER 장비를 선물하기도 했다. 또한 그들은 이번 여름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테크놀로지는 이미 중국의 수도에서 선보여졌었다.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Paul Notzold 는 최근에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그는 L.A.S.E.R. Tag를 일종의 퍼포먼스 아트로써 창조하는데 이용했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그의 컴퓨터와 연결된 중앙전화로 문자화된 메시지를 보내도록 하였고 그 메시지는 Millennium Art Museum에 비춰졌다. “빌딩 외벽에 허가받지 않은 문구를 게시할 때는 중국정부를 의식하여 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고 Notzold는 말한다. “문구들에는 전형적 고함이 있었으며 운동가들이 항의하는 식의 표현도 있었다.” 그 행사는 무리 없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당분간은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그래피티가 시류에 뒤처지는 위험에 처하진 않을 것이다. L.A.S.E.R. Tag 장비가 저렴해지고 있지만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다. L.A.S.E.R. Tag의 전체 비용이 $8,000 라면 미국의 일반 상점에서 스프레이 한통의 가격보다 $7,993이 더 비싸다.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는 그래피티 공동체 ST/ART 설립자 중 한명인 Jay FC는 그 가격은 거리예술의 정신과 상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래피티는 누구든지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고 그는 말한다.
지금으로서는 Roth 와 Powderly는 L.A.S.E.R. Tag 장비를 대여해주거나 기증해주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특히 아시아에서 열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명한 거리예술 웹사이트 Wooster Collective의 Marc Schiller는 “중국과 한국에서의 테크놀로지는 굉장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Schiller는 L.A.S.E.R. Tag가 한국태생의 고 백남준 작가와 같이 뉴미디어 분야의 선구적인 위치에 있다고 본다. “(아시아에서) 테크놀로지는 예술과의 조화가 어렵다거나 분리된 것이 아니다.” 고 그는 말한다.
미국 미디어 강사 Alice Arnold는 빛을 이용한 표현의 원조를 찾는다면 그곳은 홍콩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홍콩은 “네온사인의 선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엔 한 가지 결점, 광해(light pollution)가 있다. 과도하게 반짝이며 빛을 발하는 홍콩의 초고층 빌딩에 비하여 MC 얀의 teg는 그 크기에 비해 심하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Powderly는 “뉴욕에서 LA.S.E.R. Tag가 도심에서 가장 밝은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홍콩에서 우리가 크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밤에 빛나는 L.A.S.E.R. Tag 대신에 낮에도 작업이 가능한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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